1화 ‘호로록 봄’ : 마음 깊이 스며든 한밤의 이야기
어젯밤, 새벽 1시 3분.
센치해질 무렵, 요즘 가장 화제라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처음 틀었다.
엄청 슬프다고들 하던데, 나는 과연 어떨까.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첫 회를 눌렀다.
“엄마니까 좋다” – 아이가 툭 던진 말에 울컥
딸 애순이 말한다.
“엄마니까 좋다.”
그 말이 참 담담하게 들렸지만, 부모 입장에서 가슴을 치는 말이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마음과 다르게 화를 내고, 모질게 굴 때가 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금세 잊고 내 품에 안겨준다.
그 모습에 매번 미안하고, 가끔은 슬프다.
그 장면을 보며 “그래도 엄마니까 좋다”라는 말이 그렇게 나오는 거구나 싶었다.
“부급장이 더 난 거 같아” – 생각보다 더 깊은 아이들
급장 투표에서 1등을 했지만, 촌지 때문에 부급장이 된 애순.
엄마는 선생님에게 몰래 돈을 건넨 뒤 돌아오는 길에 괜히 씁쓸했을 텐데,
애순은 말한다.
“부급장이 더 난 거 같아.”
그 말에 애순 엄마도 울컥했을 거고, 나도 울컥했다.
그 순간 우리 아이들도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른들이 ‘이해 못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저 표현을 잘 하지 않을 뿐.
“아빠 돈 필요 없어, 나랑 놀자” – 나를 돌아보게 한 장면
드라마를 보며 문득 내 일이 떠올랐다.
요즘 나는 블로그에 글을 쓰느라 집에 있으면서도 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아이들에게 “아빠가 블로그 해서 돈 더 벌어볼게”라고 말했는데,
아들이 이렇게 말했다.
“아빠, 돈 필요 없어. 그냥 나랑 놀자.”
그 장면이 떠올랐다.
드라마 속 대사와 겹치며,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나는 맞게 살고 있는 건지,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지…
그런 생각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봉선화 물든 손, 그리고 유언
10살 딸에게 유언을 남기는 엄마.
그리고 딸 손에 직접 물들여준 봉선화.
“엄마가 보고 싶으면 이걸 보렴.”
그 말은 없었지만, 장면이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봉선화 물든 손으로 눈물을 닦는 애순의 모습은
참 안타깝고, 아프고, 예뻤다.
없어지는 봉선화, 그리고 열리는 양배추
점점 색이 빠져가는 손.
그리고 잡초투성이 밭이 양배추로 가득 채워지는 장면.
아직 어린 애순이 조금씩 삶에 적응해가는 모습이
짠하면서도 한결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은 그렇게 자라고, 어른들도 그렇게 다시 살아낸다.
그리고 성인 애순과 관식, 도망치듯 달리다
마지막 장면.
박보검과 아이유로 바뀐 주인공들이 도망치듯 달려간다.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구나, 싶었다.
이제부터는 더 아프고, 더 깊은 이야기들이 이어지겠지.
“폭싹 속았수다”는, 센치해질 때 봐야 한다
이 드라마는 혼자 있고 싶은 밤,
마음이 울렁이는 시간에 보면 더 잘 스며든다.
그저 ‘슬픈 드라마’가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조용히 흔드는 이야기.
다음 화가 벌써 기다려진다.
또 새벽에 혼자 몰래 틀어봐야겠다.
많이 울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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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 (2025-03-07~2025-03-28)
- 출연
- 아이유, 박보검, 문소리
- 채널
- Netflix